애지중지
2월의 마지막 주말과 휴일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여러 다양한 일들로
즐거움도 함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전국에서 밀양을 찾아와
새봄의 창을 활짝 열어재친 마라토너들의
잔치 밀양아리랑마라톤대회가
어제 치러졌습니다.
동물들의 집단감염 질병들의 공포속에서도
치밀한 방역태세를 갖추고자 노력했을
주최측 관계자분들의 노고에 어긋나지 않게 무사하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비교적 날이 좋아
위양지로 향했습니다.
어제 대대적인 행사가 있었노라고
곳곳의 걸음 흔적들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단 약한 바람이 있었는데도
물결은 버텨내질 못하고 있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달같은 넘이
솟았다 숨었다를 반복하니
오리들이 놀라 이곳 저곳으로 미끄러지고 있었습니다.
찬찬히 둘러보며 몇 장면들을 담았고
절반이상에 이르렀을 때
물결이 다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어
발길을 돌려 천천히 걸음하였습니다.
방금 지나온 순간 순간들의 경이로움이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회색빛
재회란...
서글픔 바로 그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잠시 잠깐 한눈을 파노라면
그냥 그냥 지나가버리는 비정하고 속절없는 그것은
필요할 때만 기웃거리며 인정없는
일방통행의 심사와도 흡사해
서운한 감마저 싸고돌지만
아무리 잘 한다한들 다 채울 수 없는 일임을 위안하고 맙니다.
희노애락이 반죽된 오욕칠정...
그래서일까
다시 처진 걸음을 끌어당긴 것은
창공과 소나무가 만나 거울보듯 고개를 숙여 물로 빠져들고 있는 한 순간이었습니다.
놀라운 그 순간의 조화에 따라다니다보니
어느새 출발점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내가 보는 것들에서
보여주는 것들에 따르는 수혜자가 되어
이끌림에 순종하는 걸음이었습니다.
차에 오르기 전 신축공사가 마무리로 향하고 있는 화장실을 눈여겨 보았고
완재정으로 향하는 돌다리 입구
숫돗간을 만들려는 듯 보여지는
배관과 테두리 콘크리트 작업장이 있어
그간 방문객을 위한 손을 씻거나 목을 축이는 곳이 꼭 필요하다고 했던 건의가 떠오릅니다.
쓰레기 분리수거함도 건의로 설치되어있어
오가는 길에 꼭 들여다보고
방문객들께서 무엇을 가져오시고
무얼 드시는지 살펴보는 습관이 있는데
오늘 눈에 띈 것은 중간 크기의 마대자루에 담긴 각종 찬기(찬통)였는데
생선 담는 용기,음식 담는 용기들이
층층 겹으로 되기도 하고
상태도 아주 좋고 락엔락이라는 잘 알려진
것들이라
어느 귀한 주인께 애지중지 사랑받기에
충분했을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멀쩡하고 좋은 것을 내다버리려 하는 것은
아마도 이사를 하며 정리하였거나
누가 편찮을 때 사용하셨거나
아니면 고인이 되셔서 유품을 정리하셨거나 하는 등의 상상을 했습니다만
지나치는 물건들에 관심이 있는 저로서는
그 어떤 연유에서건 이 아까운 것들을
다시 애지중지 사랑받게 하고 싶은 맘이 발동하여 몇몇 점들을 꺼내 농원으로 가져와 햇볕에 일광욕을 즐기게 자리를 봐 주었습니다.
농원에는 더러 오디 보리수 산수유 꾸지뽕 단감 홍시같은 과일(열매)이나
두릅 정구지 가죽 머위 엄나무순 등의 채소들을
따고 담아 보관하거나 담아가실 때
용기들이 아쉬울 때가 참 많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손으로나 맘으로나
소중하게 여기며 맘에 두고 늘 아끼게 되는
책이나 그릇 또는 그림이나 장식품,
좋아하며 즐겨듣는 음악도,
추억이나 사랑이 담긴 흔적들도,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싫지않은 사람이나
동식물들도...
마음을 두고 아끼고 아낀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일입니다.
물속에 든 고기들도
하우스안 식물들도
그 무엇인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놀랍게도 분명하다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어렵고 힘든 시대를 살아오신 부모님 슬하에서 성장한 까닭으로
좋고 안좋은 것이 아니라
있고 없고의 차이를 절감해서인지
손에 든 것이면 참 애지중지하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각종 연장과 도구들에서부터
입는 옷이나 타는 차나
좋고 멋진 것이어서가 아니라
없지않고 있다는 것이 그저 반갑기만 하여서
손때가 묻어 닳도록 어루만지고 쓰다듬으며
눈길을 주고 마음을 담아
같이 하는 동안 아껴줄 것입니다.
'우리로 만남은'
우리로 만남은
알 수 없었습니다.
어디로 향하는지
무엇을 찾음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긴긴 나날들
차곡차곡 재어진 순간들
지나고 보니
한걸음 한걸음
서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닿았을 뿐...